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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앤 블러 퍼지 틴트 17 피치다운을 처음 손등에 발색했을 때 제가 본 색은 핑크베이지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같은 제품을 실제 입술에 올렸을 때는 제가 보는 색의 중심이 달라졌습니다. 손등에서는 핑크와 베이지가 함께 느껴졌지만, 제 입술에서는 베이지기가 더 눈에 띄었습니다.
그렇다고 손등에서 본 색이 쓸모없는 정보였던 것은 아닙니다. 두 곳에서 본 색이 서로 다른 정보를 줬고, 제가 실제로 사용할 색은 입술까지 확인한 뒤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피치다운은 제게 예쁜 피치베이지인가만 확인하고 끝나는 틴트가 아니었습니다. 손등에서 본 색이 제 입술에서는 어느 쪽으로 이동해 보이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했던 제품이었습니다.

1. 손등에서는 핑크베이지, 입술에서는 베이지가 앞섰던 발색
피치다운을 손등에 먼저 올렸을 때는 핑크와 베이지가 섞인 컬러로 보였습니다. 한쪽 색만 강하게 느껴지기보다 부드러운 핑크베이지에 가까웠고, 컬러 자체도 차분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저 역시 손등에서 확인한 색을 기준으로 입술에서의 모습을 예상했습니다. 실제 입술에 발랐을 때는 손등보다 베이지기가 더 눈에 띄었습니다. 핑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제가 입술 전체를 봤을 때 먼저 인식하게 되는 쪽은 베이지였습니다.
같은 제품인데도 제가 느끼는 컬러의 중심이 손등과 입술에서 달랐던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했던 것은 그 변화가 제게 아쉬운 쪽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민낯에도 직접 발라봤는데, 베이지가 더 눈에 띄는 발색이었음에도 제 얼굴에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손등 발색이 틀린 정보였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손등에서는 이 제품에 어떤 색이 들어 있는지를 볼 수 있었고, 입술에서는 그중 어느 쪽이 제 입술에서 더 앞으로 나오는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정보였고, 제가 실제로 사용하게 될 색을 알려준 것은 뒤쪽이었습니다.
2. 안쪽과 끝부분까지 채워졌던 포슬한 제형
컬러뿐 아니라 제형에서도 실제 입술에 올려봐야 알 수 있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피치다운은 제 입술에서 포슬포슬한 느낌으로 올라오는 벨벳 제형이었습니다. 제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입술 가운데만 색이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입술 안쪽과 끝부분까지 비교적 자연스럽게 색이 채워졌다는 점입니다.
안쪽까지 발라봤을 때도 색이 따로 겉도는 느낌보다 입술 전체가 이어져 보이는 쪽이었습니다. 이 경험 때문에 벨벳 립을 볼 때도 보송하다는 표현만으로는 제게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게 된 것은 그 보송한 제형이 입술 전체에서 어디까지 색을 채워주는가였습니다.
같은 벨벳이라도 가운데에 색이 모이는 제품과 끝까지 고르게 올라오는 제품은 제가 완성하게 되는 입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피치다운에서는 포슬한 표면감과 함께 입술 안쪽과 끝부분의 색까지 이어지는 점이 제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었습니다.

3. 주름이 보이는 것과 주름에 색이 끼는 것
벨벳 제형이라 사용하기 전에는 주름 사이에 색이 끼는 표현을 걱정했습니다. 제가 직접 사용했을 때는 주름 사이에 색이 뭉쳐 보이는 식의 끼임은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입술 주름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벨벳 특유의 보송한 표현 위로 제 입술 주름은 그대로 보였습니다.
이 두 가지를 같이 확인하면서 제가 처음에 걱정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가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주름이 보이는 것 자체를 걱정한 것이 아니라 주름 사이에 색이 끼어 보이는 것을 걱정했던 것입니다. 피치다운에서는 앞의 것만 있었고 뒤의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벨벳 립을 볼 때도 주름이 보인다와 주름에 색이 낀다를 같은 말로 쓰지 않게 됐습니다. 주름이 보이는 입술에서도 색이 고르게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평소 입술 각질을 꼼꼼하게 정리하는 편이 아닌데도 당시에는 각질이 크게 부각돼 보이지 않았습니다.
4. 색 이름보다 실제 입술에서 확인하게 된 기준
피치다운을 사용하기 전에는 손등에서 확인한 핑크베이지가 이 제품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입술까지 발라본 뒤에는 제가 확인하는 순서가 달라졌습니다. 이 틴트에서 제게 남은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손등에서 본 색 중에 내 입술에서는 어느 쪽이 더 앞으로 나오는지입니다. 피치다운은 핑크와 베이지가 함께 있는 색이었고, 제 입술에서 앞으로 나온 쪽은 베이지였습니다. 두 번째는 포슬한 제형이 입술 안쪽과 끝부분까지 어떻게 채워지는지입니다. 벨벳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색이 입술 어디까지 올라오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세 번째는 주름에 색이 끼는지입니다. 주름이 보이는지와는 다른 질문이었고, 제가 실제로 신경 썼던 쪽은 후자였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피치다운은 손등 발색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틴트였습니다. 손등에서 본 색이 잘못된 정보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색이 제 입술에서 어느 쪽으로 이동하는지까지 확인했을 때 제가 사용하게 될 색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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